얘들아, 재난지원금 걱정말고 어서 써!
이란성 쌍둥이 고3 딸들은 요즘 지갑이 빵빵하다. 한 달 용돈 9만 원인데, 무려 15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슬쩍 물어보니 둘째는 고작 1만 2천 원을, 첫째는 문구도 ‘지르고’ 친구랑 스파게티와 카푸치노도 먹어 5만원 넘게 썼단다.
“쓸 거면 빨리 써라. 3개월 내에 써야 하는 것 알지?”
“엄마, 돈 받으니 좋긴 한데 나라 빚 쌓이면 나중에 세금으로 다 내야 하는 것 아냐?”
둘째의 말에 ‘지금 당장!’ 돈을 ‘계속!’ 푸는 정책이 얼마나 필요하며, 그렇게 풀린 돈이 어떤 선순환을 일으키는지, 왜 세금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지를 얘기해주며, 다행이다 싶었다. 『디플레 전쟁』 편집자였기에 계속되는 아이들의 질문에 술술 답할 수 있었으니까.
말랑말랑하지 않아도 화끈하지 않아도
작년 10월, 홍춘욱 박사가 ‘디플레와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쓰겠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주제를 듣고 슬며시 걱정도 됐다. 솔직히 말랑말랑하거나, 화끈하게 오른다거나 내린다는 얘기여야 책 팔기가 쉬운데, 아파트 값이 이렇게나 올랐는데 소비자물가 하락을 걱정하다니, 진중한 ‘디플레에 대한 경고’가 낯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원고를 읽으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원고가 묵직하면서도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코로나19 사태 및 이후의 경제흐름도 추가로 집필했지만 원고의 근간이 굳건했다. 이미 디플레를 예견하고 경고하는 내용이었으며, 코로나19 사태는 위험을 좀 더 앞당긴 정도였기 때문이다.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와 세계화, 고령화가 어떻게 디플레 위험을 높이는지, ‘불평등’ 문제가 디플레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특히 흥미로웠다. 또 디플레 위험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상황 파악도 쉬웠다.
경제서, 투자서, 인문서!
‘경제공부는 내 자산을 지키고,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공론장으로 나와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밑받침이 된다고 생각한다. 『디플레 전쟁』은 한국경제와 세계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경제서이자 투자서이며,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문서이기도 하다.
독자의 질문이 딱 거기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의 머리에 떠오를만한 바로 그 질문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왜 소비자물가 하락을 걱정하지?”, “물가가 하락하면 물건을 싸게 사니 좋은 게 아닌가?”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이라 책 읽기가 매우 편하다. 저자가 쓴 원고를 부인이 꼼꼼히 읽으며 그 때 그 때 떠오른 의문점을 적고, 이를 반영해 통째로 재집필한 덕분이다. 독자 눈높이를 맞추려는 저자의 노력이며, 그의 저서가 모두 베스트셀러로 롱런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편집자 서모 씀.
*이 글은 2020년 5월 16일 한겨레신문 [책&생각]에 실렸습니다.
얘들아, 재난지원금 걱정말고 어서 써!
이란성 쌍둥이 고3 딸들은 요즘 지갑이 빵빵하다. 한 달 용돈 9만 원인데, 무려 15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슬쩍 물어보니 둘째는 고작 1만 2천 원을, 첫째는 문구도 ‘지르고’ 친구랑 스파게티와 카푸치노도 먹어 5만원 넘게 썼단다.
“쓸 거면 빨리 써라. 3개월 내에 써야 하는 것 알지?”
“엄마, 돈 받으니 좋긴 한데 나라 빚 쌓이면 나중에 세금으로 다 내야 하는 것 아냐?”
둘째의 말에 ‘지금 당장!’ 돈을 ‘계속!’ 푸는 정책이 얼마나 필요하며, 그렇게 풀린 돈이 어떤 선순환을 일으키는지, 왜 세금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지를 얘기해주며, 다행이다 싶었다. 『디플레 전쟁』 편집자였기에 계속되는 아이들의 질문에 술술 답할 수 있었으니까.
말랑말랑하지 않아도 화끈하지 않아도
작년 10월, 홍춘욱 박사가 ‘디플레와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쓰겠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주제를 듣고 슬며시 걱정도 됐다. 솔직히 말랑말랑하거나, 화끈하게 오른다거나 내린다는 얘기여야 책 팔기가 쉬운데, 아파트 값이 이렇게나 올랐는데 소비자물가 하락을 걱정하다니, 진중한 ‘디플레에 대한 경고’가 낯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원고를 읽으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원고가 묵직하면서도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코로나19 사태 및 이후의 경제흐름도 추가로 집필했지만 원고의 근간이 굳건했다. 이미 디플레를 예견하고 경고하는 내용이었으며, 코로나19 사태는 위험을 좀 더 앞당긴 정도였기 때문이다.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와 세계화, 고령화가 어떻게 디플레 위험을 높이는지, ‘불평등’ 문제가 디플레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특히 흥미로웠다. 또 디플레 위험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상황 파악도 쉬웠다.
경제서, 투자서, 인문서!
‘경제공부는 내 자산을 지키고,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공론장으로 나와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밑받침이 된다고 생각한다. 『디플레 전쟁』은 한국경제와 세계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경제서이자 투자서이며,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문서이기도 하다.
독자의 질문이 딱 거기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의 머리에 떠오를만한 바로 그 질문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왜 소비자물가 하락을 걱정하지?”, “물가가 하락하면 물건을 싸게 사니 좋은 게 아닌가?”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이라 책 읽기가 매우 편하다. 저자가 쓴 원고를 부인이 꼼꼼히 읽으며 그 때 그 때 떠오른 의문점을 적고, 이를 반영해 통째로 재집필한 덕분이다. 독자 눈높이를 맞추려는 저자의 노력이며, 그의 저서가 모두 베스트셀러로 롱런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편집자 서모 씀.
*이 글은 2020년 5월 16일 한겨레신문 [책&생각]에 실렸습니다.